2009년 11월 05일
그러니까, 우리 사회가 공평하지 않다는 걸 다 인정하면서도, 마음 속에서 1. 결국 공평하다고 생각하는 쪽이 자기에게 기회도 있을 것 같고 2.못사는 사람들이 자기 잘못으로 못 산다고 생각하면 편해지니까 그렇게 생각할 뿐인 거 아냐? 난 이 세상이 공평한 기회를 보장하며, 지금 나타나고 있는 많은 불합리는 다 공정 경쟁에서 패한 결과라고 믿는 사람들은 이러한 무의식적 사고가 기저에 깔려 있다고 생각해. 어떤 사람이 나쁜일을 당했을때, 주위 사람들이 그 나쁜 일을 그 개인의 잘못으로 돌리는 건 아주 흔한 일이잖아. 성폭력->니가 행실을 똑바로 했어야지. 도둑->왜 문을 열어 놓고 자 강도->늦은 밤에 왜 다녀 사기->그러게 왜 멍청해 배신->사람을 왜 믿어 이런 식으로. 심지어 상습적으로 폭력을 당하는 사람도 이런 말을 해. '내가 잘못해서 맞았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내가 잘못하지 않으면 나에게는 아무 나쁜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라는 사고의 발현이라고 생각해. 저 사람은 나쁜 사람이니까 벌을 받았을 뿐인거야, 하지만 나는 나쁜 행동을 안 했으니까 절대 벌을 받을 수 없다.하고.피해자를 타자화시키는 거라고 생각해. 매맞는 아내들도 같아. '내가 잘못했으니 맞았다. 내가 잘못을 하지 않으면, 절대 맞지 않을 것이다. ' 가난에 처해서 노력해보지 않았던 사람은 그런 말을 할 수 있곘지. '가난한 사람은 게을러서 가난하다. 이미 사회에서 기회를 줬었다. 하지만 나는 게으르거나 공부를 못 하지 않고, 나는 절대 가난하게 될 수 없을 것이다.' 세상이 절대 공평하지 않다(그게 사실 일정 부분은 약간 허상이다)는 기본 명제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생산적인 논의를 이룰 수 있을텐데 이건 뭐.. 솔까 우리 나라나, 아니 다른 나라라도 젖과 꿀이 흐르는 기회의 땅이고 누구나 노력만 하면 재벌되고 그래? 아니잖아. 그걸 인정을 해야지, 이제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더 나아질 수 있을까>에 대해 논의할 수 있을 거 아냐. 그런데 이런 말 하는 벗들은 보통 여기까지 인정하고선 '유사 이래로'드립치더라ㅋㅋㅋ 유사 이래로 공정한 사회라는 게 한번도 없었다~ 미국 봐라 더 심한 계급 사회다~ 어디 그런 좋은 나라가 될 줄 아느냐~ 그래도 인류는 진보하고 있습니다만.. 여성에게 이제 얼마나 큰 기회가 주어지고 있는지 봐, 유사 이래로 여성이 공직을 진출하고 매맺지 않거나 자기 재산을 가질 권리를 가진 건 많은 곳에서 처음이야. 진짜 싸워서 결국 쟁취해 냈어. 인류는 진보하는 거 맞아. 물론 '양성평등은 유사 이래로 이뤄진적이 없는'드립하면 완전한 평등시대는 안 오겠지. 노예제가 죽어 버린 걸 봐. 남북전쟁때만 해도 남부 의원들이 그랬어. '유사 이래 위대한 정부 혹은 문명이 노예제 없이 성립된 적이 없었다. 로마를 보라.' 하지만 지금 어떠냐구. 현대 사회에 누가 누구를 국가 공인 사적 소유물로 문서처리해서 가지고 있는 거 아냐. 물론 '노예제는 유사 이래로 문명을 이루는데 필수적인'드립하면 그런 건 없었겠지. 그래, 매매춘 문제는 어떄? 매매춘을 정당화시키려고 애쓰는 남자들이 꼭 그러더라. '유사 이래로 한번도 없어진 적이 없었던 걸 어떻게 없애냐. 욕망이 있는 한 못 없앤다.' 없앤다 없애지 않는다가 아니라 인간 존엄에 대한 민감도가 중요한 것이라고 말해도 못 알아듣던... 진짜 그럴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진보한다니까. 만약 우리가 지금 상태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느낀다면 반드시 반드시 나아진다니까. 제발 날 보고서라도 믿어 주라.. 느릴 때도 있겠지만 결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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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루시엔 | 2009/11/05 15:39 | 트랙백 | 덧글(1)
....'유사 이래로'드립은 참 뭐라 더 할말이..-_-;; 문제는 그 '유사 이래로' 뒤에 붙은 말들이 실제 사실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라는 거죠. 고대 이집트에서는 여성 파라오나 여성 권력자에 대해 아무런 이질감을 가지지 않았고, 고대 바빌론 사회에서 매매춘은 저급한 행위가 아닌 여성 사제들의 신성한 의식이었죠.